러브 라이브! 2기 11화
1. 일단 3기 나오면 감독, 각본 갈아치우고 갑니다. 딱히 1기에서 보여준 패기, 2기에서 불거진 글리 표절 논란, 전체적인 밀도의 취약함(요건 좀 중요하니 나중에), 그래도 여전히 강력한 캐릭터성 제시 등 지금까지 제작진의 공과를 가지고 그런 것이 아닙니다. 2기에서 쿄고쿠 감독 - 하나다 각본 체제는 이제 끝나야 할 때이기 때문에 그렇죠.

딱 그것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크 나이트에서 엄청난 퀄리티로 세계를 사로잡았지만 자기 스스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배트맨 트릴로지를 끝낸 것처럼 말이죠. 퀄리티면에서는 비교가 안됩니다만 전체적인 위치로 봐서는 둘이 놀라울 정도로 동일합니다.

2. 아이돌 '그룹'을 소재로 다룬 애니메이션,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매체에서 '당연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해서 무시당하는 포인트'는 바로 기본적으로 아이돌 '그룹'에 있어서 구성원의 변화는 왠만하면 있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각 아이돌 그룹원들이 가진 개별적인 '개성'의 '집합체'가 '그룹'이기 때문이죠. 이 시점에서 구성원이 하나라도 빠지면 그것을 과연 '그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부각됩니다. 어느 때든 '음악적 견해'를 이유로 구성원이 바뀔 수 있는 '밴드'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현실에도 모닝구무스메처럼 '어느 시점을 계기로 구성원이 바뀌는 아이돌 그룹'은 찾기 힘듭니다. 그리고 그건 가상 매체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다른 아이돌 애니메이션과 달리 러브 라이브!의 '스쿨 아이돌'은 활동 시점이 고교 시절에 한정되어 있다는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구성원이 바뀌는 '시점'이 존재한다고 못박은 셈이죠. 이 시점에서 이번화의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이번화가 '필요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여기서 이번화의 포인트가 있습니다.

3.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제작진이 '큰 그림'을 전혀 못 그려낸다를 단적으로 보여준 화입니다.

4. 사실 이번화를 보고 몇 분 안되어서 제일 먼저 생각난건 딴게 아니라 바로 ARIA였습니다. 특히 3기인 ORIGINATION이 많이 오버랩되더군요. 이유는 극히 심플합니다. ORIGINATION 역시 '졸업'에 대한 시각을 다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제작진(정확히 말하자면 원작자)의 태도는 확고한데, 주요 구성원이 졸업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끝내버린 것'이죠. 사실 그게 맞는 것이고.

다만 이 '졸업' 전에 거친 이야기의 '규모'를 주목해야 합니다. ARIA의 경우 ORIGINATION까지 포함하여 졸업까지 진행하는데 소요된 이야기 수는 총 54화(OVA 1화, 특전 1화)입니다. 4쿨에 OVA까지 포함된 규모이죠. 러브 라이브! 애니메이션이 졸업까지 도달하는데 소요된 이야기 수는 총 26화(예정)입니다. 딱 봐도 ARIA의 반밖에 안됩니다. 그리고 '졸업 이후의 삶'을 그릴 수 있는(하지만 일부러 그려내지 않은) ARIA와 달리 러브 라이브!의 뮤즈는 졸업 이후의 삶을 그려내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예. 이번화 '단독'으로 놓고 보자면 뮤즈 캐릭터들 전체의 '마음'을 총동원한 잘 만든 에피소드입니다. 하지만 시점적으로 놓고 보자면 절대 이 시점에 놓아서는 안될 시점에 배치된 에피소드란 것이죠.

5. 따지고보면 제작진은 1기에서도 마찬가지로 '큰 그림'을 전혀 그려내지 못하는 문제점을 보였습니다. 코토리가 유학 떠나고 호노카가 뮤즈의 의미에 대해 되묻는 부분이 그것이죠. 우연히도 요것도 11화 막판(실질적으로는 12화)부터 불거져 나오는 부분입니다. 이 화의 특징이라면 사실 러브 라이브 애니메이션에 있어선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하는 화이지만 '이 시점'에는 절대 넣어서는 안되는 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화도 마찬가지죠. 다만 이번화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 상으로는 이 시점에 넣는게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배치되어서는 안되는 시점'이 되었다는 것은 2기 전체를 지배하는 큰 이야기의 방향성 자체가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이야기의 밀도'가 등장합니다. 이 시점에서 '쿄고쿠 & 하나다 체제'를 끝내기엔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보여준 밀도가 너무 적다는 것이죠(이 시점에서 진짜 까여야 하는 화가 2기 6화입니다. 안 그래도 밸런스 안 좋은 화인데 이번 전개때문에 그야말로 '쓸때없는 화'가 되어버렸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는 시점은 다른 애니보다 더 빠릅니다. 제작진이 '속도전'으로 뮤즈의 이야기를 2쿨내로 끝내려는 암묵의 메시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6. 차라리 ARIA의 경우에는 치유계로 느린 전개를 지니고 있지만 적지 않은 개별 이야기로 밀도 부분의 문제점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게다가 ARIA 시리즈의 경우엔 이야기의 밀도가 그렇게 나쁜 편도 아니고 최종 시리즈인 ORIGINATION에선 이야기뿐만이 아니고 이미지 면에서도 왠만한 작품 쌈싸먹는 밀도를 보여줍니다) 러브 라이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한 2기 정도 더 간다면 이 문제는 부족하나마 수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러브라이버들의 열기가 그걸 가능케할 수 있고요. 왜 일을 서두르는지 모르겠습니다.

7. 이제는 '열정'이 가고 '차분'이 자리잡아야할 시기일까요.

P. S : 이번화까지 보면 이 애니 주인공이 호노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듯(...)

P. S 2 : 화가 화다보니 각 캐릭터들의 케미 폭발이 역대급입니다. 특히 니코 - 미키.

Cast in the name of God
Ye not Guilty
by Hineo | 2014/06/15 23:59 | 애니메를 보다 | 트랙백(1) | 덧글(6)
Tracked from Hineo, 중력에 혼.. at 2014/06/17 23:54

제목 : 애니플러스 러브 라이브! 2기 11화 다시 보면서 ..
러브 라이브! 2기 11화 그러니까 뮤즈는 앞에서 이끄는 그룹이어야지 앞에만 나서는 그룹이 되선 안된대니까요? P. S : 2기에서 뮤즈는 이미 언더독이 아닙니다. Cast in the name of God Ye not Guilty...more

Commented by ㅇㅈㄹ at 2014/06/16 00:00
용을 그리기까지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이제는 마지막 눈동자라도 멋지게 그려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Commented by fallen at 2014/06/16 00:12
1기는 작년에 방영할 때 안보다가 방영끝나고 자취방에서 애플이 나오길래 틀고나서 2기는 처음부터 봤는데....스노하레때부터 생방보고 있는데 뭐랄까....내용이 재미가 없다고 해야되나 그다지 제 눈을 끌지 못한다고 해야되나. 옆에서 태플릿 피시로 럽라 방송할 때 나오는 역사저널 그 날쪽으로 눈길이 마구마구 가는걸보면 2기는 개인적으로 봤을때 실패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구라펭귄 at 2014/06/16 00:30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와 비교는 좀(....)
2기가 다크나이트 만큼 포텐 빵~도 아니고 ㅠㅠ
Commented by Hineo at 2014/06/16 00:36
그래서 전제로 '퀄리티면에서는 비교가 안됩니다만 전체적인 위치로 봐서는'를 달은 겁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러브 라이브에서는 비긴즈에 해당하는 부분과 다크 나이트에 해당하는 부분이 섞여있다는 점(1기 초, 중반부). 이번 2기는 포지션별로 보더라도 다크 나이트가 아니라 라이즈 포지션입니다.
Commented by 프로젝트 at 2014/06/16 01:14
예전에 코드기어스 시리즈 경우 2기로 끝났을때 경우 제작진이 더블오에 매진하는 상태인데다 r2 다음에 더블오 2기가 방영해야되서 각본 짜기 시간이 부족한탓에 스토리2기로 어설프게 끝난 코드기어스 시리즈와 달리 러브라이브 경우는 제작진이 2기 스토리리를 1년정도 각본을 짤시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표절문제(6화에서 문제가 될만하지만 저는 별로 신경안씁니다.)너무 빠른 급속 전개 탄력이없는 스토리. 조명없이 퇴장한 라이벌 등 이번 2기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A-rise를 이긴곡 스노하레션 경우 9화가 아니라 최종화쪽에서 라이브를 해야합니다.)
Commented by 아이지스 at 2014/06/16 01:31
이번 화는 나올 게 나온 화였지만 2기에서 워낙 한게 없다 보니깐 감동이 반감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근데 차라리 이렇게 끝내 주면 리부트 하기 편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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